2026년 2월 25일 수요일

[2026 밀라노] 쇼트트랙 코너링의 이면: 무릎 측부인대가 견디는 원심력의 한계

 

[2026 밀라노] 쇼트트랙 코너링의 이면: 무릎 측부인대가 견디는 원심력의 한계

2026년 2월 20일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 여자 1500m 준준결승에서 미국의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가 코너 중반부에서 균형을 잃고 쓰러지며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 폴란드의 카밀라 셀리에르와 함께 연쇄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산토스-그리스월드의 블레이드가 셀리에르의 얼굴을 스쳤고, 빙판 위에 핏자국이 남았으며, 셀리에르는 들것에 실려 퇴장했습니다.

같은 대회에서 김길리의 극적인 여자 1500m 금메달, 최민정의 7개 올림픽 메달 대기록, 여자 3000m 계주에서의 역전 금메달 등 한국 쇼트트랙의 찬란한 순간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영광의 빙판 위에서 선수들의 무릎이 매 코너마다 어떤 물리적 한계와 싸우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무릎을 진료하며 수년간 지켜본 정형외과 의사로서, 오늘은 화려한 코너링 기술 이면에 숨겨진 생체역학적 진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11.12미터 트랙 위의 물리학: 원심력과의 전쟁

쇼트트랙의 본질은 '코너링'입니다. 111.12미터의 짧은 타원형 트랙에서 선수들은 전체 주행 시간의 절반 이상을 코너 구간에서 보냅니다. 올림픽 수준의 선수가 코너에 진입할 때의 속도는 시속 약 45~50km에 달하며, 코너의 곡률 반경은 약 8미터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기본적인 물리학을 적용해 봅시다.

원심가속도(centripetal acceleration)는 a = v²/r 로 계산됩니다. 시속 50km(약 13.9m/s)로 반경 8m의 코너를 돌 때, 원심가속도는 약 24.2m/s², 즉 체중의 약 **2.5배(≒2.5G)**에 해당하는 횡방향 힘이 선수의 몸을 트랙 바깥으로 밀어냅니다.

체중 70kg의 남자 선수라면 코너를 돌 때마다 약 170kg에 해당하는 횡방향 힘이 하체에 가해지는 셈입니다. 이 힘에 대항하기 위해 선수들은 몸을 극단적으로 안쪽으로 기울이는데, 그 각도는 빙면과 50~65도 수준까지 내려갑니다. 손끝이 빙면을 스치는 자세가 바로 이 기울기의 산물입니다.

문제는 이 모든 물리적 부하가 최종적으로 수렴하는 곳이 바로 무릎 관절이라는 점입니다.

코너링과 무릎 외반 모멘트: 측부인대의 역학

쇼트트랙 선수가 좌회전 코너를 돌 때 무릎 관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단계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코너 구간에서 선수는 깊은 스쿼트 자세(무릎 굴곡 약 90도)를 유지한 채, 왼발(인사이드 레그)로 빙면을 지지하고 오른발(아웃사이드 레그)을 크로스오버 합니다. 이때 체중과 원심력이 결합된 거대한 횡방향 힘이 무릎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외반 모멘트(valgus moment)**를 생성합니다.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연구팀의 웨어러블 모션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연구(Purevsuren et al., 2018)에 따르면, 쇼트트랙 글라이딩 및 푸시오프 구간에서 측정된 무릎 외반 모멘트는 사이드스텝 커팅 동작(비접촉성 ACL 손상의 주요 기전)에서 측정되는 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외반 모멘트에 가장 먼저 저항하는 구조물이 바로 **내측 측부인대(MCL, Medial Collateral Ligament)**입니다. MCL의 표층(superficial MCL)은 무릎 굴곡 25도에서 외반력의 약 78%를 담당하는 일차적 안정화 구조물입니다. 무릎이 신전(펴진) 상태에서는 후내측 코너(POL)와 ACL이 함께 외반 안정성에 기여하지만, 쇼트트랙 선수처럼 깊은 굴곡 상태에서는 MCL이 사실상 혼자서 외반력의 대부분을 감당합니다.

여기에 내회전(internal rotation)이 더해집니다. 코너링 중 경골(tibia)은 대퇴골(femur)에 대해 내회전하면서, ACL에도 복합적인 부하가 전달됩니다. Shin 등(2011)의 연구가 보여주듯, 외반 + 내회전의 복합 모멘트는 각각 단독보다 ACL에 훨씬 더 큰 변형률(strain)을 유발합니다.

역설적 보호 기전: 굴곡이 인대를 구한다

그렇다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왜 매 경기마다 ACL과 MCL이 끊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한 가지 역설적인 보호 기전이 작용합니다. 바로 깊은 무릎 굴곡 그 자체입니다.

쇼트트랙의 크라우칭(crouching) 자세는 무릎을 약 90도 이상 굴곡시킵니다. 이 깊은 굴곡 상태에서는 인대가 완전히 팽팽해지지 않습니다. ACL과 MCL 모두 무릎이 신전될 때 최대 긴장 상태에 놓이며, 굴곡이 깊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이완됩니다. 쇼트트랙에서 폭발적인 외반력, 내회전력, 전방 경골 전단력이 동시에 발생하지만 무릎이 깊이 접혀 있기 때문에 인대가 파단 역치(failure threshold)에 도달하지 않는 것입니다.

Kolenc(2019)의 리뷰가 정확히 이 점을 지적합니다. 쇼트트랙의 주요 동작 패턴은 ACL 손상의 기전과 유사하지만, 그 동작이 발생하는 순간 무릎이 굴곡 상태에 있어 인대에 가해지는 실제 부하가 감쇠된다는 것입니다.

쇼트트랙 선수들을 진료하면서 이 역설을 체감한 적이 많습니다. 선수들은 ACL이나 MCL의 급성 파열보다는 오히려 무릎 전방의 통증, 즉 슬개건염(patellar tendinopathy, jumper's knee)이나 슬개-대퇴 통증 증후군(patellofemoral pain syndrome)을 더 빈번하게 호소했습니다. 깊은 스쿼트 자세에서 발끝에 체중을 실으면 슬개건과 대퇴사두근 건에 가해지는 장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엘리트 남자 싱글 스케이터에서 jumper's knee의 유병률이 16.1%에 달한다는 보고도 이러한 부하 패턴과 일치합니다.

보호 기전이 무너지는 순간: 충돌과 예측 불가능성

그러나 이 역설적 보호 기전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선수가 코너링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쇼트트랙에서 인대 손상이 실제로 발생하는 시나리오는 대부분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충돌로 인한 자세 붕괴입니다. 팩 레이싱의 특성상 4~7명의 선수가 밀집하여 주행하며, 코너 진입부에서의 추월 시도는 빈번한 접촉사고로 이어집니다. 이때 선수의 무릎이 제어된 굴곡 상태에서 예기치 않게 신전되면, 인대의 보호 기전이 사라진 상태에서 전체 원심력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둘째, 블레이드가 빙면에 꽂히는 순간입니다. 쇼트트랙 블레이드(길이 약 46cm, 폭 1.2~1.4mm)가 빙면에 수직으로 걸리면, 발목이 부츠에 고정되어 있어 충격이 경골 원위부와 비골로 직접 전달됩니다. 발목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면 경골-비골 원위부 골절이 발생하고, 비틀림이 무릎까지 전파되면 측부인대 및 십자인대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셋째, 패드(보호벽) 충돌 시의 비틀림입니다. 코너에서 이탈한 선수가 패드에 발부터 부딪히는 경우, 정지하는 하체와 관성으로 계속 이동하는 상체 사이에서 무릎에 극심한 회전력이 가해집니다.

Quinn 등(2003)의 역학 연구에 따르면, 엘리트 쇼트트랙 선수의 64.2%가 시즌 중 최소 한 건의 부상을 경험하며, 무릎과 발목이 가장 흔한 부상 부위로 보고됩니다. 독일 국가대표팀을 대상으로 한 종단연구(2009~2020)에서도 전체 부상의 69.8%가 하지에 집중되었고, 관절 손상이 의료상담이 필요한 부상의 16.3%를 차지했습니다.

밀라노 2026의 교훈: 속도와 안전의 경계에서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은 쇼트트랙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한편에서는 김길리가 결승선 두 바퀴를 남기고 아리아나 폰타나를 추월하며 금메달을 확정짓는 숨 막히는 역전극이 펼쳐졌습니다. 최민정은 세 번째 올림픽에서 7개의 메달로 한국 역대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올랐고, 황대헌은 5개의 올림픽 메달로 한국 남자 쇼트트랙 최다 메달 타이기록을 세웠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셀리에르가 블레이드에 얼굴이 베여 빙판 위에 쓰러져 있었고, 의료진이 흰 천으로 현장을 가리는 동안 관중석은 숨을 죽였습니다.

진천선수촌에서 근무하면서 절감한 것이 있습니다. 쇼트트랙은 '통제된 위험(controlled risk)' 위에서 성립하는 스포츠라는 것입니다. 무릎 굴곡이라는 생체역학적 보호 기전, 케블라 소재의 경기복, 헬멧과 목 가드, 그리고 패드 시스템 등이 겹겹이 위험을 완화하지만, 시속 50km의 원심력과 날카로운 블레이드, 밀집 주행이라는 본질적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스포츠의학의 시선: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쇼트트랙 선수들의 무릎 건강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정리합니다.

첫째, 대퇴사두근과 거위발건(pes anserinus) 복합체의 강화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대퇴사두근과 거위발건 복합체는 MCL 복합체의 유효 강성(effective stiffness)을 각각 164%, 108%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근육이 인대의 '보험'이 된다는 뜻입니다. 선수촌에서도 시즌 중 대퇴사두근의 편심성 근력(eccentric strength)과 햄스트링의 동심성 근력(concentric strength) 비율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했습니다.

둘째, 근육 긴장도와 관절 이완성의 개별 평가입니다. 아이스스케이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피겨 선수의 25.8%, 스피드 선수의 15.2%가 전신 관절 이완성(generalized joint laxity)을 보였으며, 근육 긴장도(tightness)는 발목 인대 손상 및 무릎 건부착부염(enthesitis)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모든 선수를 동일한 프로토콜로 관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셋째, 기능적 움직임 평가(FMS)의 정기적 시행입니다. 대회 일정이 빡빡할수록 부상 위험은 높아집니다. FMS 점수의 변화는 근골격계 시스템의 '경고등' 역할을 합니다.

넷째, 코너링 기술의 개별화입니다.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도 코너 구간의 힘 패턴(force pattern)에는 상당한 개인차가 존재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개인 기록이 좋은 선수들은 코너를 돌 때 발의 압력중심(COP)을 블레이드 후방에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무릎에 가해지는 부하 분배와도 직결됩니다.

에필로그: 매 코너마다 반복되는 도전

최민정은 밀라노-코르티나 2026 이후 "올림픽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세 번의 올림픽, 7개의 메달, 셀 수 없이 많은 코너링. 그녀의 무릎이 매 코너마다 체중의 2.5배에 달하는 원심력에 맞서 수천, 수만 번의 외반 모멘트를 견뎌낸 결과입니다.

쇼트트랙 선수의 코너링은 관객에게는 2~3초의 순간이지만, 그 안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 블레이드와 빙면 사이의 마찰, 깊은 굴곡이 만들어내는 인대의 이완, 그리고 강력한 근육이 제공하는 동적 안정성이 모두 압축되어 있습니다.

111.12미터 트랙의 코너는 물리학과 해부학이 교차하는 지점이며, 그 교차점 위에서 선수들은 매 순간 자신의 무릎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의 가장자리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코너를 도는 쇼트트랙 선수를 볼 때마다, 아름다움보다 먼저 경외심을 느낍니다.


본 글은 의학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References

  1. Purevsuren, T., Khuyagbaatar, B., Kim, K., & Kim, Y. H. (2018). Investigation of knee joint forces and moments during short-track speed skating using wearable motion analysis system. International Journal of Precision 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19(7), 1055–1060.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2541-018-0125-9

  2. Quinn, A., Lun, V., McCall, J., & Overend, T. (2003). Injuries in short track speed skating. 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31(4), 507–510. https://pubmed.ncbi.nlm.nih.gov/12860536/

  3. Shin, C. S., Chaudhari, A. M., & Andriacchi, T. P. (2011). Valgus plus internal rotation moments increase anterior cruciate ligament strain more than either alone.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43(8), 1484–1491.

  4. Kolenc, M. (2019). Injuries in short track speed skating. Research in Sports Medicine, 5(5), RISM.000625. https://crimsonpublishers.com/rism/fulltext/RISM.000625.php

  5. Injuries in German national short-track speed skating athletes. (2025). Science of Medicine in Sport (ScienceDirect).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772696724000292

  6. Purevsuren, T., et al. (2017). Interjoint coordination of the lower extremities in short-track speed skating. Journal of Sports Science & Medicine. https://pubmed.ncbi.nlm.nih.gov/28754063/

  7. Push-off forces in elite short-track speed skating. Sports Biomechanics (Taylor & Francis).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4763141.2018.1441898

  8. Dubravcic-Simunjak, S., Pecina, M., Kuipers, H., Moran, J., & Haspl, M. (2003). Injuries and disorders among young ice skaters: relationship with generalized joint laxity and tightness.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145727/

  9. LaPrade, R. F., et al. (2007). The anatomy of the medial part of the knee.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10. Mallac, C. Medial collateral ligament strain: where, how and why. Sports Injury Bulletin. https://www.sportsinjurybulletin.com/diagnose--treat/medial-collateral-ligament-strain-where-how-and-why

  11. Olympics.com. 올림픽 쇼트트랙: 김길리, 여자 1500m 금메달 획득. 밀라노-코르티나 2026. https://www.olympics.com/ko/milano-cortina-2026/news/kim-gilli-wins-gold-womens-1500m-finals-results-short-track-milano-cortina-2026

  12. Olympics.com. 올림픽 쇼트트랙: 최민정, 메달 7개로 한국 역대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극. 밀라노-코르티나 2026. https://www.olympics.com/ko/milano-cortina-2026/news/choi-min-jeong-becomes-korea-most-decorated-olympian-with-seven-medals

  13. Fox News. Olympic speedskater takes blade to face, stretchered off in frightening moment. Feb 2026. https://www.foxnews.com/sports/olympic-speedskater-takes-blade-face-stretchered-off-frightening-moment

  14. Real World Physics Problems. Physics of ice skating – Short track speed skating analysis. https://www.real-world-physics-problems.com/physics-of-ice-skating.html


2026년 2월 24일 화요일

[2026 밀라노] 린지 본의 드라마틱한 추락: 타이타늄 무릎으로 쓴 마지막 투혼

 

[2026 밀라노] 린지 본의 드라마틱한 추락: 타이타늄 무릎으로 쓴 마지막 투혼


2026년 2월 8일,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활강 경기. 13번째 주자로 출발 게이트를 박차고 나선 41세의 린지 본(Lindsey Vonn)이 불과 13초 만에 게이트에 팔이 걸리며 코스 밖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관중석은 1분 넘게 적막에 잠겼고, 코치 악셀 룬드 스빈달은 얼어붙은 표정으로 코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경기가 10분 이상 중단된 뒤, 본은 헬기에 실려 코르티나의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세계 스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의 커리어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진짜 드라마는 그 추락 이전부터 이미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타이타늄 무릎의 탄생: 인공관절 치환술 이후의 복귀

린지 본의 부상 이력은 그 자체로 정형외과 교과서의 한 챕터를 차지할 만합니다. 2013년 우측 무릎의 전방십자인대(ACL) 파열을 시작으로, 내측측부인대(MCL) 손상, 경골 고평부 골절 등 수차례의 중대한 부상이 이어졌습니다. 2019년 은퇴를 선언할 때 그녀의 우측 무릎은 심한 삼구획 퇴행성 관절염(tri-compartmental osteoarthritis) 상태였고, 20분 산책조차 힘들 정도로 일상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전환점은 2024년 4월이었습니다. 플로리다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의 마틴 로쉬(Martin Roche) 박사가 MAKO 로봇 보조 하에 우측 무릎 외측 구획의 부분 인공관절 치환술(unicompartmental knee arthroplasty, UKA)을 시행한 것입니다.

정형외과 의사의 입장에서 이 수술의 의미를 조금 풀어보겠습니다.

본의 무릎은 삼구획 모두에서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어 있었지만, 가장 심한 통증과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외측 구획(lateral compartment)에 집중한 부분 치환술이 선택되었습니다. CT 스캔 기반으로 3D 가상 모델을 구축하고, 로봇 보조 시스템이 손상된 뼈와 연골을 정밀하게 제거한 뒤 티타늄 합금과 폴리에틸렌 컴포넌트를 삽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부분 치환술의 최대 강점은 ACL과 내측 반월상 연골, 건강한 내측 연골을 보존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 즉 관절의 위치와 움직임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는 '여섯 번째 감각'이 유지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시속 130km로 경사면을 내려오는 활강 선수에게 이 감각은 생존과 직결됩니다.

스포츠의학을 전문으로하고 다양한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아왔지만, 인공관절 치환술 후 월드컵 수준의 경기에 복귀한 사례는 전무했습니다. 본의 집도의인 로쉬 박사 역시 이런 수준의 스트레스에 부분 치환 관절이 어떻게 반응할지 참고할 선례가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본은 말 그대로 인체 실험의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회복 속도였습니다. 수술 후 2개월 만에 웨이크보딩을 하고, 2024년 12월 생모리츠 월드컵 슈퍼-G에서 14위로 복귀전을 치렀으며, 2025년 12월에는 월드컵 활강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41세, 티타늄 무릎을 가진 선수가 20대 후반의 전성기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입니다.

크랑-몬타나의 악몽: ACL 파열에도 포기하지 않다

올림픽을 불과 9일 앞둔 2026년 1월 30일, 스위스 크랑-몬타나 월드컵 활강 경기에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본은 고속 추락과 함께 좌측 무릎 ACL의 완전 파열을 진단받았습니다. 골좌상(bone bruise)과 반월상 연골 손상도 동반되었습니다.

ACL 완전 파열. 대부분의 선수에게 이것은 최소 9개월의 재활을 의미하고, 시즌의 끝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본은 크랑-몬타나에서 헬기로 이송된 뒤 SNS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의 올림픽 꿈은 끝나지 않았다."

선수들을 진료하면서  ACL 파열 후에도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선수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이것은 늘 딜레마입니다. ACL이 없는 상태에서의 경기 출전은 무릎 관절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하고, 반월상 연골의 추가 손상, 연골 마모 가속, 그리고 무엇보다 재부상의 위험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키 활강은 역설적으로 ACL 없이도 수행이 '가능한' 종목 중 하나입니다. 축구나 농구처럼 빈번한 방향 전환(cutting)과 회전(pivoting)이 핵심인 종목과 달리, 활강은 주로 전방-후방 안정성에 의존합니다. 강력한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이 ACL의 기능을 어느 정도 보상할 수 있고, 맞춤형 보조기(custom brace)가 추가적인 안정성을 제공합니다.

본의 경우 특히 주목할 점은, 수년간의 반복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그녀의 신체가 이미 ACL 부재 상태에 적응하는 보상 기전을 발달시켰을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그녀의 무릎은 일반적인 ACL 파열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풍선처럼 붓는 반응 대신, 비교적 부종이 잘 조절되었다고 합니다.

올림픽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본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나의 ACL은 0%입니다. 하지만 찬스가 있는 한, 나는 시도할 것입니다."

그녀는 실제로 올림픽 공식 훈련 주행을 완주했고, 놀라운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박스 점프와 헤비 스쿼트를 포함한 고강도 훈련 영상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습니다.

13초의 비극: 그리고 절단 위기

2월 8일 활강 결선. 본은 출발 직후 게이트를 통과하며 우측 팔이 게이트 안쪽에 걸렸고, 몸이 회전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코스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그녀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라인이 약 5인치(약 13cm) 좁았던 것이 원인이었고, ACL 파열과는 무관한 사고였습니다.

진단은 복합 경골 골절(complex tibia fracture), 비골두 골절(fibula head fracture),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인 구획 증후군(compartment syndrome)이었습니다.

구획 증후군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정형외과의사로도 늘 경계했던 응급 상황입니다. 하퇴부(lower leg)는 뼈, 근막(fascia), 근육, 혈관, 신경이 여러 개의 밀폐된 '구획(compartment)' 안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심각한 외상이 발생하면 출혈과 부종으로 구획 내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 압력이 모세혈관 관류압(capillary perfusion pressure)을 초과하면 근육과 신경으로의 혈류가 차단됩니다.

여기서 시간이 생명입니다. 조직 허혈이 6~8시간 이상 지속되면 근육 괴사(muscle necrosis)가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고, 이는 횡문근융해증, 신부전, 그리고 최악의 경우 절단으로 이어집니다.

본의 경우 상황은 극도로 위급했습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구획 내에 너무 많은 혈액이 갇혀서 "근육, 신경, 인대를 모조리 짓눌러 죽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운명의 아이러니가 등장합니다. 크랑-몬타나에서의 ACL 파열이 없었다면, 본의 주치의 톰 해킷(Thomas Hackett) 박사가 코르티나에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해킷 박사는 이미 본의 ACL 부상을 관리하기 위해 올림픽 현장에 와 있었고, 추락 직후 6시간에 걸친 긴급 근막절개술(fasciotomy)을 시행하여 하퇴부 양측을 절개해 압력을 해소했습니다.

근막절개술은 원리는 단순하지만 타이밍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술입니다. 구획 내 압력이 30mmHg를 초과하거나, 이완기 혈압과의 차이(delta pressure)가 30mmHg 이하로 떨어지면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해킷 박사의 신속한 판단이 본의 다리를 절단에서 구한 것입니다.

이후 본은 세 차례의 추가 수술을 받았고, 2월 11일 병원 침대에서 엄지를 치켜세운 사진과 함께 "성공의 의미가 며칠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의료인의 시선에서: 이 복귀는 정당했는가

본의 올림픽 출전 결정은 의료 윤리의 회색지대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ACL이 완전히 파열된 상태에서 시속 100km 이상의 활강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결정이었는가?

FIS(국제스키연맹) 회장 요한 엘리아쉬는 "이것은 오직 선수 자신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고 했고, 본의 아버지 앨런 킬도우는 AP통신에 "이제는 은퇴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엘리트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선수에게 경기 출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 것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의료진에게는 잔여 위험(residual risk)을 가감 없이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단순히 "가능하다(possible)"는 것과 "권할 만하다(advisable)"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ACL이 없는 상태에서 고속 활강 중 추가 외상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본의 사례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복합 경골 골절, 구획 증후군, 절단 위기.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러나 본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후회는 없다. 스키는 항상 위험한 스포츠였고, 인생에서도 우리는 위험을 감수한다. 꿈을 꾸고, 사랑하고, 뛰어오르고, 때로는 넘어진다."

에필로그: 타이타늄보다 강한 것

린지 본의 이야기는 의학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전례 없는 서사입니다. 인공관절 치환 후 월드컵 우승, ACL 완전 파열 9일 만의 올림픽 출전, 그리고 구획 증후군에서의 생환까지.

한 가지 더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다. 본이 추락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오랜 반려견 레오(Leo)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원 침대에서 레오에게 작별을 고한 본은 "레오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적었습니다.

41세, 타이타늄 무릎, 파열된 ACL, 골절된 경골, 절단 위기를 넘긴 다리, 그리고 하늘로 떠난 반려견. 이 모든 것을 안고도 본은 회복 중인 병상에서 팀 USA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린지 본의 도전을 두고 노르웨이 연맹처럼 선수를 보호하지 못한 시스템의 방조라는 비판과, 선수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옹호가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의학 전문가로서 제가 주목하는 것은 그녀가 남긴 숭고한 데이터입니다.

비록 결과는 참혹했으나, 41세의 선수가 타이타늄 임플란트를 이식받고도 세계 정상급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것은 관절 질환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환자들에게 '기술이 선사하는 두 번째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 위대한 이정표였습니다. 그녀는 병상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록키(Rocky)처럼 다시 일어설 것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내게는 유일한 실패였다."

금메달보다 빛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한계에 도전한 그 과정 자체입니다. 린지 본의 13.4초는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타이타늄보다 더 단단하고 눈부실 수 있음을 증명한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녀의 완전한 쾌유와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올림피아 델레 토파네 슬로프의 출발 게이트에 선 순간, 본은 이미 이겼습니다.


본 글은 의학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획 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 즉시 응급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십시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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